바이올린

바이올린 2주차, 스즈키 에튀드와 조금은 낯선 내 모습

cadencemusic 2025. 4. 9. 18:11

바이올린 2주차, 스즈키 에튀드와 조금은 낯선 내 모습

다시, 레슨실로

정신없이 한 주가 또 갔네. 벌써 두 번째 레슨 날이라니. 지난주에 바이올린 처음 안아보고 어색해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시간 참 빠르다. 퇴근하고 연습해야지, 했던 마음은 어디 가고 야근이다 뭐다 피곤하다는 핑계로 바이올린 케이스를 열어본 날보다 그냥 둔 날이 더 많았던 것 같아 조금 민망했다.

 

그래서 사당역바이올린 학원으로 가는 길이 마냥 가볍지만은 않았어. '쌤이 연습했냐고 물어보면 어쩌지?', '지난주 배운 거 다 까먹었으면 완전 창피할 텐데…' 이런저런 걱정을 하면서 도착했지. 그래도 신기하게 레슨실 문 앞에 서니 다시 좀 설레더라. 쌤은 여전히 편하게 맞아주셨고, 다행히 지난주에 배웠던 자세나 활 잡는 법을 아주 까맣게 잊어버리진 않았더라고. 몸이 기억하는 건지, 아니면 벼락치기 복습의 효과인지. 물론 아직 완벽과는 거리가 멀지만, 첫 주보다는 아주 약간, 정말 아주 약간은 익숙해진 느낌.

 

 

스즈키 1권과의 만남, 그리고 영상 속의 나

간단한 복습 후에 드디어 스즈키 1권 교본을 펼쳤다. 악보는 정말 오랜만이라 콩나물 대가리들이 낯설었지만, 쌤이 차근차근 설명해주시니 금방 따라갈 수 있었어. 오늘은 스즈키 1권 초반에 나오는 간단한 에튀드(연습곡) 몇 개를 배웠다. 개방현(아무것도 누르지 않은 줄)으로 활 긋는 연습인데, '미-레-도-레-미-미-미-' 같은 단순한 패턴이었지.

근데 소리가… 아, 정말이지 내가 생각했던 바이올린 소리가 아니었다. '끼익-', '삑-' 하는 소리가 자꾸 나고, 활은 왜 자꾸 지멋대로 미끄러지는 건지. 쌤은 처음엔 다 그렇다고 웃으셨지만, 내 귀에는 너무나 거슬리는 소리들.

그리고 좀 놀랐던 건, 쌤이 갑자기 내 연주(?) 모습을 영상으로 찍기 시작하신 거. '헉, 이걸 왜 찍으시지?' 당황해서 표정은 굳고 자세는 더 어색해지고 난리도 아니었다. 레슨 끝나고 같이 영상을 보는데… 와, 정말이지… 민망해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삐뚤어진 활 각도, 잔뜩 긴장해서 솟아오른 어깨, 어색한 표정까지. 총체적 난국이더라고.

근데 신기하게도, 그렇게 영상을 보니 내 문제점이 뭔지 객관적으로 딱 보이더라. 쌤이 영상 보면서 "여기서 활 각도가 이렇게 틀어졌죠?", "이때 어깨 힘 좀 빼봐요" 하고 짚어주시니 머리로만 알던 게 눈으로 확인되면서 '아하!' 싶었어. 부끄러움은 잠깐이고, 확실히 문제점을 파악하고 고치는 데는 이게 최고겠다 싶더라. 역시 사당역바이올린 쌤은 다르구나 싶기도 했고. 집에 와서 연습할 때도 계속 돌려보게 될 것 같아. 물론 내 얼굴은 최대한 스킵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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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 2주차, 스즈키 에튀드와 조금은 낯선 내 모습(feat.사당역 바이올린)

다시, 레슨실로 정신없이 한 주가 또 갔네. 벌써 두 번째 레슨 날이라니. 지난주에 바이올린 처음 안아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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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30분, 나와의 작은 약속

레슨 때의 다짐은 잠시, 집에 오면 어김없이 피곤함이 몰려온다. '오늘만 쉴까?', '내일부터 진짜 열심히 해야지' 하는 속삭임이 계속 들려왔지만, 이번 주는 그래도 조금 더 마음을 다잡기로 했다. 거창하게 1시간씩은 못해도, 딱 30분만이라도 바이올린을 만지기로.

퇴근하고 저녁 먹고, 잠시 쉬었다가 조심스럽게 바이올린을 꺼냈다. 아직 소리가 이웃에 민폐일까 봐 방문은 꼭 닫고. 거울 앞에 서서 레슨 때 찍었던 영상을 떠올리며 자세를 잡아봤다. 쌤이 지적했던 활 각도, 어깨 힘 빼는 것, 활을 일정하게 쓰는 것… 신경 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배운 에튀드를 아주 느린 속도로 반복 연습했다.

물론 여전히 '끼익-' 소리는 나의 친구고, 팔은 금방 뻐근해졌다. 하지만 아주 가끔, 정말 아주 가끔이지만 소리가 좀 더 매끄럽게 이어지는 순간이 있다. 그 짧은 순간의 느낌이 뭐라고 기분이 좋아진다. 단순한 에튀드지만, 박자에 맞춰 활을 긋고 내가 소리를 만들어낸다는 행위 자체가 아직은 신기하고 재미있다. 사당역바이올린 에서 배운 내용을 이렇게 혼자 복습하는 시간이 쌓여야 실력이 늘겠지.

 



 

 2주차를 보내며, 느리지만 괜찮아

바이올린 시작한 지 이제 딱 2주. 여전히 모든 게 서툴고 어렵지만, 그래도 확실히 처음보다는 바이올린과 조금은 친해진 기분이다. 어색했던 자세도 아주 조금씩 편해지는 것 같고, 무엇보다 '연습해야지'라는 생각이 예전보다 자연스러워진 게 가장 큰 변화 아닐까.

물론 앞으로 갈 길은 멀고도 험할 거다. 더 어려운 곡들을 만나게 될 거고, 연습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나와의 싸움도 계속되겠지. 그래도 괜찮다. 서툴지만 조금씩 나아가는 과정 자체를 즐겨보기로 했다. 퇴근 후 악기와 함께하는 짧은 시간이, 복잡했던 하루를 잠시 잊고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되어주는 것 같아 좋다.

사당역바이올린 에서 좋은 쌤을 만나 체계적으로 배우고 있다는 것도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혼자였으면 금방 지치거나 잘못된 길로 빠졌을지도 모르는데, 옆에서 계속 잡아주시니 든든하다. 다음 주 레슨에서는 또 어떤 새로운 걸 배우게 될까? 그리고 나는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져 있을까? 그런 작은 기대를 품고 2주차를 마무리한다. 다음 주 사당역바이올린 가는 길은 오늘보다 조금 더 가벼웠으면 좋겠다.